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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아라 첫키스1

Piece of moon 2016. 11. 11. 02:57

나루카미, 오늘 나와 같이 시내에 가 줄 수 있나? 라고 말했을 때,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래, 하고 답을 하긴 했지만 나는 좀 긴장 하고 있었다. 아도쨩은 같은 부이긴 해도 그렇게 친하진 않고, 시내 여기저기를 헤집으면서도 목적지가 어딘지는 말해주지 않고. 주변에 자꾸 사람은 몰리고. 잘생긴 얼굴은 정말 피곤하지. 아마도 아도쨩은 이근처의 펍이나 클럽에서 몇 번 공연을 해보기도 한 모양이었다.

“아도쨩, 얼마나 더 걸어야 할까? 나 조금 다리가 아픈 것 같기도 한데.”

다리는 전혀 아프지 않았지만 엄살을 피워서라도 사람의 눈이 적은 곳으로 들어가고 싶어 넌지시 불평을 부려보았으나 아도쨩은 묵묵히 걸으며 조금 있으면 도착이다, 조금만 더, 조금 조금, 이 근처다. 하는 식으로 나를 붙들었다. 대체 어디를 가려고?! 정마알 눈치없네!

“나루카미, 여기다.”

별것도 아닌 가게면 확 토라져버려야지. 라는 다짐은 파스텔톤으로 꾸며진 카페에 도착한 순간 사르르 녹아내렸다. 여기에 이런 디저트 카페가 있었구나, 나는 카페 여기저기에 놓인 아기자기한 소품을 손으로 톡톡 건들며 빙글빙글 돌았다. 아도쨩은 이미 이인용 좌석에 앉아 메뉴판을 넘겨보고 있었다.

“여기는, 이 파르페가 맛있다.”

“아도쨩이 이런 곳 알거라고 생각 안해서, 누나는 지금 너무 놀랐잖니! 이런 카페를 찾아다니는 취미도 있는 거야?”

“아니...그런 취미가 있는 건 아니다. 나도 길을 잃었다가 우연히 들르게 된 곳이니 말이야. 단지 나루카미 네가 좋아할 것 같아서 기억해뒀을 뿐이다.”

나는 작은 피규어 인형을 쓰담던 손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아도쨩은 평소와 같은 진중한 얼굴이었다. 둘도 없이 진중해서 가끔 사람을 오해하게끔 만드는 그런. 아무튼 나는 고맙다고 말했다. 내 생각이 났다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니까.

“나루카미 그리고... 그리고 난 단 것을 좋아하기도 한다.”

필사적인 변명...처럼 보였다는 건 비밀로 해야겠지? 그치만 강한 소년도 단 음식을 좋아할 권리는 있으니까. 어쩐지 좀 귀엽게 느껴지기도 하는 걸? 나는 아도쨩의 앞에 마주 앉아 메뉴판을 넘겨보았다. 맛있는 케이크도 있었고, 쿠키 종류도 있고, 커피도 있고, 그중에서 아도쨩의 마음을 가장 사로잡은 디저트는 파르페였으므로 우리는 파르페 하나와 케이크를 시켰다.

가게에는 제법 사람이 많았다. 입소문을 탄 가게인 것 같았다. 복작복작 모인 사람들은 자꾸만 우리쪽을 힐끔대며 쳐다보았는데, 내게는 익숙했지만 아도쨩은 그렇질 않았는지 고개를 숙이고 비밀이야기를 하듯 내게 ‘어쩐지 주변에서 자꾸 쳐다보는 것 같아. 남자가 파르페를 먹는게 이상한가?’하고 속삭였다. 나는 와하항, 터진 웃음을 참지 못해서 테이블을 팡팡 치며 웃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리 없잖아. 아도쨩, 이건 그냥....

“저 죄송한데 여자친구 있으신가요?”

가장 끝에 앉아있던 여자가 먼저 용기를 냈다. 아도쨩이 어리바리한 얼굴로 휴대폰을 꺼내기에 내가 나서서 말려주었다. 여자 친구는 없지만, 번호를 주기가 조금 힘든 곳에서 일하기 때문에... 대신 지금 드신 디저트 값은 다 제가 낼게요.

졸지에 육천엔이 넘는 금액을 뜯기고 아도쨩을 바라보는데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빛이다. 저런걸 보고 뭐라고 하더라, 순진무구?

“아도쨩 그렇게 쉽게 번호를 줘선 안돼.”“왜?”

“왜냐니, 우린 아이돌이구... 으으. 말하기 귀찮아. 정말 무신경한 성격이구나 아도쨩은?!그럼 못써!”

나는 파르페에 숟가락을 푹푹 박으며 말했다. 이런 기본적인 것도 가르치지 않은거야 언데드는? 결국 아도쨩이 먹었어야 할 파르페는 내가 스푼으로 난동을 부려댄 덕에 조금 엉망이 되었고, 내 케이크는 음미하기도 전에 세 등분으로 쪼개 먹어버렸다. 이게 뭐람, 이렇게 예쁜 카페에 와서... 아도쨩은 정말 바보야.

...

...

그러니까 난 절대 질투를 한 게 아니야.

“나루카미 다른 곳에도 갈까? 많이 봐놨다.”

“아도쨩이 왜 이런 곳을? 단거 많이 좋아하는구나?”

“아니 그야 네가 좋아할테니까. 거기선 내가 다 사겠다. 조금 전에도 다른 여자들의 값까지 처리하느라 돈을 더 썼을 테니까.”

아 몰라 저 둔탱이!

아도쨩이 두 번째로 택한 곳은 칸막이가 있는 디저트 카페였는데, 방금 전 곳이 아기자기해서 소녀의 방 같은 분위기였다면, 이곳은 원목 재질의 바닥이나 가구들을 보면 알 수 있듯 조용하고 독서하기에 참 좋은 분위기였다. 칸막이까지. 요즘은 이런 식으로 컨셉을 확실하게 잡는 가게들이 많아서 좋았다. 다양히 구경할 수 있고, 개중에는 마음에 드는 것을 찾을 수도 있고.

“뭘 먹을래?”

“음, 여기선 커피 먹을래.”“나는 파르페.”

“아도쨩 파르페만 먹다간 이 썪어버릴거야.”

“그 정도로 먹진 않는다.”

아까 전보단 조금 조용한 곳이었다. 잔잔한 팝송이 들리는 가게는 철저히 개인주의라 누가 무얼 하던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나는 아는 팝송이 나오면 따라 부르기도 하고 좋아하는 가수가 나오면 아도쨩에게 자랑하는 식으로 시간을 때웠다.

커피가 먼저 나온 뒤에야 파르페가 나왔다. 나는 파르페에 꽂혀있는 스틱 과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거 반만 먹어도 돼?”

“물론이다.”

아도쨩은 어쩐지 기뻐보였는데, 그게 파르페 때문인지 나 때문인지는 모른다. 오늘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인데 아도쨩은 날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으음. 어쩐지 설레는 기분이네.

나는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다가 아도쨩의 파르페도 조금 뺏어 먹었다.

“아도쨩도, 이거 마셔볼래?”

“나는...됐다. 그보다 너무 가깝다 나루카미.”

당연하지 일부러 가깝게 다가간 거니까. 아도쨩과 내 거리는 고작 십센티도 되지 않을 만큼 가까워졌고 나는 파르페의 아이스크림 부분을 콕 찝어 입안에 넣었다. 나는 심술쟁이라, 못된 누나라, 아도쨩 같은 소년을 보면 자꾸 장난을 걸고 싶어져... 예를 들면.

“아도쨩, 나랑 키스해볼래?”

그날의 키스에선 초콜릿맛 아이스크림 맛이 났다. 뒷맛은 조금 씁쓸한 커피 맛이었으나 티는 나지 않았다. 아도쨩은 눈을 감고 입술을 벌리고 있는게 고작이었던 지라 전부 내가 해줬지만 즐거웠다. 이게 바로처음을 따간다는 느낌일까? 어설프게 마주대고 움직이는 혀를 깨물고 비비던 입술은 오 분 정도가 지난 후에야 떨어져 나왔다.

“나루카미 이건...”

“키스한거... 비밀이다?”

“왜 비밀로 해야하지? 그보다 나루카미 한번만 더 해보는건...”

“아, 정말. 내 말 좀 들어 아도쨩!... 그럼, 한번 더 해줄테니까 비밀로 해.”

아도쨩은 세상에서 제일, 제에에에에에일로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이번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로 다시 입을 맞춘다. 입안이 얼얼하지도 않은, 초코렛맛도 나지 않는, 커피의 씁쓸함도 없는. 그런 제대로 된 첫키스를. 어라라...? 나 지금 혹시 볼 빨개지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