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애는 밝고 경쾌하다. 모두에게 사랑받아 마땅한 인간이 세상에 있다면 아마 저런 모양일거라고 생각했다. 그애는 열심히 하는 남자아이들은 세상의 보물이라는 말을 버릇처럼 하고 다녔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정말 보물인 사람은 그애뿐이었다. 보물이란 화려하고 반짝이는데다가 어디에서나 존재감을 과시하는데, 그애가 딱 그랬다. 그애는 보물이었다.
나는 그애가 어디 있는지 자주 찾았다.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저절로 시선이 그를 따랐다. 아마도 유닛 멤버일 사람들과 옹기종기 앉아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괜히 웃음이 났다. 그애가 웃을 때마다 나도 웃었다.
그애는 육상부였다. 자주 나오진 않았지만 드문드문 나와 운동장을 달렸다. 민소매에 반바지를 입은 그애의 몸은 무척 말라있었다. 모델 활동을 한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그래도 너무 마른 것이 아닌가 싶어 자꾸 신경 쓰였다. 그러니까, 나의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 됐다. 텐마나 다른 아이들에게 하듯 간식을 건네주는 일이 불가능한 것이다. 우선은 그애 앞에만 가면 나는 말수가 심하게 적어졌다. 하고 싶은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우리의 대화는 그애가 열 마디를 할 때 내가 한두마디를 하는 식으로 이어졌다. 그러다보면 그애는 조금 심드렁해진 표정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는 그애가 앉아있던 자리를 손바닥으로 쓸어보다가 작게 한숨을 쉬는 것으로 아쉬움을 대신했다.
그애는 주변에 사람이 많다. 부담없이 대화하는 법을 아는 애였다. 가벼운 주제를 골라서 대화를 주고 받기도 하고 혼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타이밍을 재기도 했다. 나는 그애가 하는 말에 멋지거나 혹은 재밌는 대답을 해주고 싶었는데 잘 되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는 그리 길게 대화하는 사이도 아니었다. 나는 언데드의 멤버고 그애는 나이츠의 멤버인데다가, 반까지 달랐으니 우리가 둘이 마주앉아 이야기 할 수 있는 곳은 오로지 육상부 뿐이었다.
어쩌면 나는 텐마보다 더 그애가 육상부에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을지 모른다. 고기를 먹으라고 하는 대신 같이 먹자고 말해보고 싶었다.
나는 이 감정의 이름을 알고 있다. 하지만 섣불리 나설 수 없었다. 그애는 모두와 친했지만 모두와 친하지 않았다. 언제나 이 사건 저 사건에 휘말려들면서도 손님이었다. 육상부에 나오는 것도 죽어라 운동장을 달리며 무언가를 떨쳐버리기 위함 일지도 모른다. 모른다....모른다. 나는 그애에 대해 모르는게 가득하다. 그게 너무 답답했다. 우리는 죽을 때 까지 서로에 대해 모르고 살텐데. 나는 그게 싫다. 나는 너와 잘 알고 싶다. 그애의 몸 어딘가에 있을 보물을 내가 가장먼저 찾아내서 똑같이 말해주고 싶었다. 뭐든 열심히 하는 여자아이는 세상의 보물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