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의 저편에>

이끼가 낀 나무푯말은 우리 아빠의 아빠의 아빠가 어렸던 그 시절부터 꼽혀있었다고 했다. 시종일관 한 번의 변화도 없이 묶여있다가, 늙고 병든 지금은 고작 나무에 붙어있는 것이 전부라고 했다.

심해의 저편에.

나는 숲너머를 경고하는 푯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 너머를 훌쩍 뛰어넘었다. 어딜가느냐는 말엔 손이나 흔들어 줬다. 좆까. 내가 어딜 가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풀숲을 조금 지나가 얕은 강이 나왔다. 이걸보고 심해라고 말한 건 아니겠지. 야트막한 산등성이를 둘러에고 있는 강의 한 가운데에는 나무판자가 떠있다. 자세히보면 그 위에 자그만 남자애가 앉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바지 밑단을 접어 올리고 강에 발 끝을 담가보았다. 얕고 차갑다.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애와 가까워질수록 깊이는 더욱 깊어졌지만 푹 잠길 수준은 아니었다.

“여기서 뭐하는지 물어봐도 될까나?”
 “푸카푸카. 하고 있어요.”

남자애는 까만 반팔 티에 하얀 반바지를 입고 판자에 덜렁 누워 있다. 하늘색 머리카락이 온통 물에 젖어 있다. 니가 맨날 여기서 이러고 있으니까 사람들이 배를 못 띄우는거 아니야? 내 말에 남자애는 눈을 깜빡이다가 “그런가요?” 하고 말을 묻는다.

“물귀신이 잡아가는 강이래.”

“별로 ‘물귀신’은 본적이 없는 것 같은걸요? 혹시 만나게 되면 사람을 놀래키지 말라고 훈계 할게요.”

“집에는 안가?”

“그보다 카오루, 그렇게 오래 ‘서’ 있다간 친구들이 ‘몰려’버린다구요?”

내 이름은 대체 어떻게 알았는지 말을 캐묻기도 전에 나는 발끝에서부터 슬슬 감겨오는, 줄기같은 것들에 온 몸이 오싹해졌다. 남자애가 말하는 친구란 아마도 물귀신을 이야기 하는 것이겠지. 나는 당장에 남자애의 옆자리에 올라타 몸을 웅크렸다. 남자애의 배, 라고하기엔 허술한 널빤지는 빠질 듯 말 듯 기우둥 움직이며 수평을 유지하고 있다. 남자 둘이면 가라앉을 만도 할텐데.

“너 마법을 쓸줄 아는구나,”

그러자 남자애의 눈이 찬찬히 내게로 돌아온다.

“그런게 중요한가요? 저-기 ‘반대편’에 ‘내려’ 드릴게요.”

남자애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들었다. 손끝이 향하는 곳은 우리가 왔던 곳의 정 반대 방향이다.

“이젠 물이 ‘깊어’ 집니다. 조심하세요.”

남자애는 손을 노 삼아 물결을 밀어내며 배를 움직였다. 맑고 투명해서 안이 온통 보이던 강물은 점차 어둡고 깊어져만 갔다. 발끝을 내밀어 얼마만큼일까 재보려던 나의 수작은 그러다 빠져 죽는 다는 남자애의 말에 낼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척 자세를 고쳐앉았다.

“반대편엔 뭐가 있어?”
 “육지가 있어요.”

“네 이름은 뭐야? 여기서 뭘 하는거야?”

“신카이 카나타 랍니다. 뱃사공을 하고 있답니다?”




저승사자 카나타